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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하여

솔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

by 슬완빠(papa is ok)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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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솔 크립키(Saul Kripke)**'이름과 필연(Naming and Necessity)'**

현대 철학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저작으로,

특히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이 책은 크립키가 1970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기존의 지칭 이론과 의미 이론에 대해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철학적 논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크립키는 이 책에서 이름의 기능, 지칭과 의미,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기존의 철학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합니다.

1. 지칭 이론과 고유명사의 의미

크립키의 철학적 논의는 주로 이름(고유명사)의 의미와 지칭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기존의 지칭 이론, 특히 존 세얼(John Searle)과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기술 이론(description theory)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합니다.

 

1.1 기술 이론의 비판

기술 이론은 고유명사의 의미가 그 대상을 설명하는 일련의 기술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인 사람' 등의 기술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크립키는 이러한 접근이 고유명사의 본질적 기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크립키는 고유명사가 본질적으로 대상을 직접 지칭(directly refer)한다고 주장하며,

고유명사의 의미가  일련의 기술로 환원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는 고유명사가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계를 '지칭 체계(causal chain)'로 설명합니다.

이는 특정한 이름이 처음으로 대상을 가리킬 때 발생하는 고유한 사건이 있으며, 이후

그 이름이 사용될 때마다 원래의 지칭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1.2 강한 지칭(Rigid Designator)

크립키는 고유명사를 **'강한 지칭사(rigid designator)'**라고 정의합니다.

강한 지칭사는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어떤 가능한 세계에서도 동일한 사람

(역사적으로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을 가리킵니다.

 

이 개념은 크립키가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합니다.

강한 지칭사는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기 때문에,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필연적 진술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물은 H2O'라는 진술은 물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필연적 진술이 됩니다.

 

2. 필연성과 가능성

크립키는 필연성(necessity)과 가능성(possibility)에 대한 논의에서, 전통적인 철학적

입장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2.1 본질적 속성과 필연성

크립키는 어떤 대상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과 우연적 속성을 구분합니다.

본질적 속성은 그 대상을 다른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도 동일한 존재로 식별하게 하는

속성입니다.

 

예를 들어, 물이 H2O 분자라는 것은 본질적인 속성이며, 이는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참이기 때문에 필연적입니다.

 

반면, 우연적 속성은 특정한 세계에서만 해당 대상에게 적용되는 속성입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자였다는 것은 우연적 속성입니다.

 

크립키는 필연적 진술이 경험적 진술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에서 필연적 진술은 분석적 진술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관점과

대조적입니다. 크립키는 '물은 H2O'와 같은 진술이 경험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면서도

필연적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2 명제적 태도와 가능 세계 의미론

크립키는 가능 세계 의미론(possible world semantics)을 통해 필연성, 가능성, 그리고

명제적 태도(propositional attitudes) 사이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가능 세계 의미론은 어떤 진술이 다양한 가능한 세계들에서 참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그 의미와 진리를 평가하는 방법론입니다.

 

크립키는 특정 대상이 여러 가능한 세계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이와 관련된 명제적 태도의 문제를 논의합니다.

예를 들어, '철학자 소크라테스''대머리 소크라테스'는 동일한 사람을 지칭하지만,

이 둘을 서로 다른 가능한 세계에서 다르게 지각할 수 있습니다.

 

크립키는 이러한 논의를 통해 명제적 태도의 복잡성을 탐구하며, 가능 세계에서의

대상 지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2.3 분석적 진리와 종합적 진리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은

진리를 분석적 진리(analytic truth)와 종합적 진리(synthetic truth)

구분해 왔습니다.

분석적 진리논리적 필연성에 기반하며, 단순히 의미 분석을 통해 참으로 확인될 수

있는 진리입니다.

반면, 종합적 진리경험적 사실에 의해 참으로 확인되는 진리입니다.

 

크립키는 이러한 구분을 재검토하며, 필연적 진술이 반드시 분석적 진술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물은 H2O'와 같은 진술이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필연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필연성과 경험적 진리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3. 형이상학적 논의와 본질주의

크립키는 **'이름과 필연'**에서 본질주의(essentialism)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심화합니다.

본질주의는 특정 대상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에 의해 그 대상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관점입니다.

3.1 본질주의와 정체성 문제

크립키는 동일성(identity) 문제와 관련하여 본질주의적 입장을 취합니다.

그는 특정 대상이 본질적 속성에 의해 다른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도 동일한 존재로

식별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이 지칭하는 대상은 본질적 속성에 의해 다른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동일한 존재로 간주됩니다.

 

크립키는 이러한 본질주의적 접근이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물은 H2O'와 같은 진술이 필연적 진술이면서도 경험적 진술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형이상학적 본질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3.2 필연적 정체성과 양상 논리

크립키는 양상 논리(modal logic)를 통해 필연적 정체성(necessary identity)에 대해

논의합니다.

 

양상 논리는 필연성과 가능성을 다루는 논리적 체계로, 특정 대상이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동일한 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크립키는 동일성 논의에서 필연성을 강조하며, 특정 대상의 본질적 속성이 다른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본질주의적 입장을 뒷받침하며, 크립키의 철학적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명명과 개념의 문제

크립키는 **'이름과 필연'**에서 명명(naming)과 개념(conception)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의도 다룹니다.

4.1 명명과 실재

크립키는 명명이 실재(reality)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고유명사가 특정 대상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며, 이 지칭은 단순히 개념적 구성물이

아니라실제 존재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봅니다.

크립키는 이러한 입장이 기존의 기술 이론과 달리, 명명과 지칭의 관계를 보다 실재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고유명사가 대상의 본질적 속성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보는 본질주의적

접근과도 연결됩니다.

4.2 개념적 분석과 명명

크립키는 개념적 분석(conceptual analysis)과 명명 사이의 관계를 재검토하며,

고유명사의 의미와 지칭이 개념적 분석에 의해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고유명사가 단순한 개념적 정의로 환원될 수 없으며, 실재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5. 현대 철학에 미친 영향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은 현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언어철학,

형이상학논리학에서 중요한 논의의 기초를 제공했습니다.

 

5.1 언어철학과 의미론

크립키의 강한 지칭사 개념은 언어철학에서 고유명사와 지칭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켰습니다. 이는 의미론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이후 다양한

철학적 논의에서 강한 지칭사의 개념이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5.2 형이상학과 본질주의

크립키의 본질주의적 접근은 현대 형이상학에서 본질과 정체성, 필연성 문제를 다루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했습니다.

그의 논의는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본질주의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며,

철학적 연구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5.3 양상 논리와 철학적 논의

크립키의 양상 논리와 필연성에 대한 논의는 현대 논리학에서 중요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철학적 논의에서 가능성과 필연성, 그리고 동일성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였습니다.

6. 결론

솔 크립키의 **'이름과 필연'**은 고유명사와 지칭, 필연성과 가능성,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심화한 저작으로, 현대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크립키는 기존의 지칭 이론과 의미 이론에 도전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논의는 고유명사의 본질적 역할, 필연적 진술과 경험적 진리 사이의 관계,

본질주의적 관점에서의 동일성 문제 등을 새롭게 조명하며, 철학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름과 필연'**은 현대 철학에서 필수적인 고전으로 남아 있으며, 그 사상은 여전히

철학적 논의의 중요한 기초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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