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은
20세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존재론(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연구)과 현상학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전통적인 철학적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구조를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그는 '존재'의 의미와 시간이 인간 존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칩니다.
1. 하이데거의 문제 제기: 존재의 물음
하이데거는 **'존재'**라는 개념이 철학의 역사에서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를 문제 삼으면서, 이를 재검토하고자 합니다.
그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 철학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었거나
표면적으로만 다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철학의 중심 문제로 삼아, 그것이
단순히 특정한 존재자들(개별 사물이나 존재자들)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의미에 대한 물음임을 강조합니다.
1.1 존재와 존재자
하이데거는 **'존재'(Sein)**와 **'존재자'(Seiendes)**를 구분합니다.
'존재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별 사물이나 존재를 의미하며,
'존재'는 그러한 존재자들이 존재하게 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나 의미를 가리킵니다.
그는 전통 철학이 존재자들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지만, 그 존재자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들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탐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1.2 존재의 망각
하이데거는 서구 철학이 존재에 대한 물음을 점차 망각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 망각이 철학이 존재자들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만 치중하면서,
존재 자체의 의미를 놓치게 했다고 봅니다.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의 망각'이라고 부르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제기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합니다.
2. 존재론적 차이와 현상학적 방법
하이데거의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은 '존재론적 차이'(ontological difference)입니다.
이는 존재자와 존재를 구분하는 차이를 말합니다.
하이데거는 존재자들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탐구를
존재론적 차이라고 부르며,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철학의 핵심
과제라고 주장합니다.
2.1 현상학적 방법
하이데거는 현상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존재의 문제를 탐구합니다.
현상학은 인간 경험의 구조를 분석하는 철학적 방법으로,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에 의해 발전되었습니다.
하이데거는 후설의 현상학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존재론적
탐구에 맞게 변형시킵니다. 그는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존재가 어떻게
우리에게 드러나는지를 탐구하며, 존재의 의미를 밝히고자 합니다.
2.2 현존재(Dasein)의 분석
하이데거는 존재를 탐구하기 위해 **'현존재(Dasein)'**라는 개념을
중심에 둡니다.
현존재는 인간 존재를 가리키는 용어로, 문자 그대로는 '거기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다른 존재자들과 구별되는 점이 바로 존재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존재입니다.
3. 현존재와 세계-내-존재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그는 인간 존재가 단순히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개념은 인간이 세상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항상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세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1 세계-내-존재의 구조
하이데거는 세계-내-존재의 구조를 세 가지 요소로 분석합니다
1) 세계(Umwelt):
이는 인간이 속해 있는 주변 환경과 맥락을 의미합니다.
세계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고
상호작용하는 장입니다.
2) 존재자들(Mitsein):
현존재는 다른 존재자들(다른 인간이나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며, 이러한 관계는 인간
존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3) 자기 존재(Existenz):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존재를 형성합니다.
3.2 도구적 존재와 사물의 의미
하이데거는 세계 내에서의 인간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도구적 존재'
개념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세상에서 사물을 단순히 물리적 대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망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못을 박는 도구로서 그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도구적 존재는 인간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며, 세계가 인간에게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맥락으로 드러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4. 불안과 죽음: 현존재의 실존적 구조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불안(Angst)'**과
**'죽음'(Tod)**을 강조합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인간 존재의 실존적 구조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4.1 불안과 본래적 존재
하이데거는 **'불안'**을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감정으로 설명합니다.
불안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입니다.
불안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의 유한성과 무의미함을 자각할 때 발생하며,
이는 인간이 자신의 본래적 존재로 돌아가는 계기가 됩니다.
본래적 존재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불안은 인간이 자신이 세상 속에서
무의미하게 떠도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로서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입니다.
4.2 죽음과 현존재의 가능성
하이데거는 죽음을 현존재의 궁극적인 가능성으로 봅니다.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능성으로,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자신의
존재를 보다 진정성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단순히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과제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5. 시간과 존재: 하이데거의 시간론
하이데거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시간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특성이 시간성에 있다고 보고, 시간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밝히고자 합니다.
5.1 현존재와 시간성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 존재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구조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는 인간이 이미 경험한 것이며, 현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순간이고, 미래는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5.2 시간의 세 가지 차원
하이데거는 시간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 과거:
인간의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현재의 존재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는 인간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현재의 행동을
형성합니다.
2) 현재:
현재는 인간이 경험하고 있는 시간이며,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가능성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는 시간의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3) 미래:
미래는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인간은 미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계획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려고
노력합니다.
5.3 시간과 진정성
하이데거는 인간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진정성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실현할 때, 진정성 있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시간적 존재를 의식하고, 그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6. 결론: 존재와 시간의 상호작용
**『존재와 시간』**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며, 인간
존재의 시간적 구조를 탐구한 하이데거의 철학적 저작입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단순한 존재자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이해하려는 존재로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분석합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과 불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자각하고, 시간을 통해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이데거의 시간론은 존재론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철학적 지침을 제공합니다.
**『존재와 시간』**은 복잡하고 난해한 책이지만, 하이데거의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저작으로, 현대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책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길잡이가 되며,
존재와 시간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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